임신이 여성의 생물학적 노화를 촉진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미국 컬럼비아대 노화센터 연구진은 임신 경험이 있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생물학적 나이가 더 많으며, 여러 차례 임신한 여성의 경우 노화가 더욱 빨라진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과학저널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최신호에 실렸다.
연구진은 필리핀 청년 1735명(여성 825명, 남성 910명)을 대상으로 임신 이력을 조사하고 DNA 샘플을 채취했다. 이후 '후생유전학적 시계'를 활용해 참가자들의 생물학적 나이를 계산했다.
그 결과 여성의 임신은 2~3개월의 생물학적 노화와 관련이 있으며, 6년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임신 횟수가 더 많은 여성은 노화도 더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지위 및 주변 환경, 흡연, 유전적 변이 등을 고려하더라도 임신과 생물학적 노화 사이의 관계는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남성의 경우 임신 횟수와 생물학적 노화 증가 사이의 연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논문의 수석 저자인 캘런 라이언은 "연구 결과는 임신이 생물학적 노화를 가속하며, 이런 효과는 젊고 출산율이 높은 여성에게 분명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노화 과정에서 임신의 역할에 대해 아직도 알아야 할 것이 많다"며 "이렇게 진행된 후생적 노화가 수십 년 후 건강 악화나 사망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